대통령의 소신(所信)은 어디로 갔습니까?
- 불통(不通)과 소신(所信)은 혼동되면 안 됩니다.-
안녕하십니까? 서경석 목사입니다.
문창극 총리지명자의 낙마 이후, 박근혜정부에 대한 걱정이 매우 커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所信)이 실종되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문창극지명자가 KBS의 왜곡보도에 의한 오도된 여론으로 어려움에 처해지고 새누리당 지도부까지 잘못된 여론에 부화뇌동하여 낙마여론을 부추겼을 때가 대통령에게는 정말로 위기였습니다. 이때 대통령은 “왜곡보도에 의한 오도된 여론 때문에 낙마할 수는 없다. 문창극 지명자가 한 강연내용을 전부 들어보고 판단하자. 그 후에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때에는 지명을 철회하겠다”라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은 끝내 청문회 절차를 밟지 않았고, 문창극 후보는 결국 사퇴했습니다. 잘못된 여론에 부화뇌동한 서청원, 김무성의원의 과오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분위기에 끌려가버린 대통령의 결정도 두고두고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 박근혜대통령이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는 대통령의 소신 때문입니다. 종북좌파는 안 되고,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가야 하고, 통합진보당은 해산되어야 한다는 소신, 철도공사 등 공기업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는 소신, 자유통일로 가야 한다는 소신 때문에 우리국민은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같은 악재가 터지면 정부는 불가피하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여당이 선방(善防)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통령의 소신을 지지해 온 지지자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지지자들이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KBS사장 선출을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이사회가 선출한 6명의 사장후보들 중에는 KBS를 개혁할 인물이 한 사람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KBS이사회는 사장 후보자를 선임하는 정관상의 절차(17조 2창 이사회가 사장을 제청하는 때는 그 제청기준과 제청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를 무시하고 아무런 제청기준도 정하지 않고 두세 시간 안에 투표로 6명을 선발하는 위법을 저질렀습니다. KBS처럼 중요한 공기업의 사장선출을 청와대가 방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은 KBS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KBS이사회에 1)이번 문창극 관련 왜곡보도와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사장, 2)방만한 경영을 합리화하여 구조조정을 이룰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출한 사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사장후보 선임에 있어서 아무런 기준도 없이 친소관계에 따라 후보를 선정하였으니 대통령으로서는 규정을 위반하여 아무런 기준 없이 선정한 사장후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 부담되시겠지만 그러나 이점을 개의치 않고 소신을 명확히 천명하고 국민설득에 나서야 합니다. 지지율 회복은 야당과 좌파에 끌려 다닌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신있는 모습을 보일 때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대통령에 대해 야당이나 좌파들이 불통(不通)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불통의 의미가 우리와 다릅니다.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것을 불통이라고 하고 자기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무력화이고 무능입니다. 불통과 소신(所信)은 전혀 다릅니다. 최대한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인사의 폭을 넓혀야 하지만 그렇다고 소신이 후퇴되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박근혜대통령에게 소신과 소통을 함께 요구합니다. 국민의 소리도 듣지만 동시에 자기의 소신을 열심히 설득하는 것이 소통입니다. 소신이 없으면 소통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이신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를 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만나 꼭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아무 기준도 제시하지 못한 無방향의 KBS이사회에 사장선임을 맡겨, 노조에 끌려 다니며 아무런 개혁도 하지 못할 사장을 선출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의 無소신과 무능에 크게 절망할 것입니다. KBS 개혁을 포기하면 다른 공기업개혁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가 하고 한탄할 것입니다. 맥이 빠져 애국운동을 할 의지까지 상실해 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당신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당신을 지지해 왔습니다. 개의치 말고 소신있게 그 길을 가주세요. 당신이 소신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